최근 몇 년 사이 ‘저탄고지’라는 키워드가 식단 관리의 중심에 섰습니다. SNS나 유튜브 등에서는 이 식단을 통해 빠르게 살이 빠졌다는 후기들이 넘쳐나고, 다이어트에 관심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일종의 ‘성공법칙’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양학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이러한 식단에 대해 우리가 정확히 알고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물음표가 붙습니다. 이 글에서는 영양학자의 시선으로 저탄고지 식단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들을 짚고, 왜곡된 정보 대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내용을 바탕으로 올바른 접근법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1. 저탄고지는 무조건 건강하다?
저탄고지(Low Carb, High Fat)는 말 그대로 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 섭취를 늘리는 식단입니다. 초창기에는 체중 감량이나 제2형 당뇨 예방을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았지만, 현재는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과도하게 홍보되는 경향도 있습니다. 과연 저탄고지는 ‘무조건’ 건강한 식단일까요?
영양학 저널 The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020)은 저탄고지 식단이 단기적으로 체중 감소, 혈당 안정, 인슐린 민감도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장기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충분한 연구가 부족하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포화지방 섭취량이 많아질 경우 LDL 콜레스테롤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동반할 수 있으며, 이는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장기간 지방 위주의 식단을 지속하면 비타민 B군이나 식이섬유의 섭취가 부족해질 수 있는데, 이는 피로감, 변비, 위장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입니다. 따라서 저탄고지 식단을 건강하게 실천하기 위해서는 지방의 ‘질’을 구분해 식물성 지방(아보카도, 견과류, 올리브오일 등) 위주로 구성하고, 탄수화물을 전면 배제하기보다는 혈당지수가 낮은 복합탄수화물로 일부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결론적으로 저탄고지는 특정 목적(예: 체중 감량, 혈당 관리)에 따라 단기간으로 활용할 수는 있으나, 무조건적이고 장기적인 적용이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단언하긴 어렵습니다. 건강을 위한 식단은 무엇보다 '균형'이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2. 탄수화물은 무조건 나쁘다?
저탄고지를 실천하는 많은 이들이 탄수화물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탄수화물은 살을 찌우는 주범”이라는 고정관념은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탄수화물에 대한 과도한 일반화로,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위험한 사고방식입니다.
대한영양학회는 “탄수화물은 인체의 기본 에너지원으로, 뇌는 오직 포도당만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고 밝히며, 극단적인 탄수화물 제한은 집중력 저하, 두통, 피로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특히 신체 활동량이 많은 사람이나 청소년, 노인에게는 탄수화물의 적절한 섭취가 필수적입니다.
또한 탄수화물에는 단순탄수화물과 복합탄수화물이 존재하는데, 이 둘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탄수화물은 나쁘다’고 단정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정제된 흰빵, 설탕 등의 단순탄수화물은 혈당을 급격히 올리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지만, 현미, 퀴노아, 고구마, 브로콜리 같은 복합탄수화물은 섬유질과 미네랄이 풍부하여 오히려 건강에 긍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실제로 Harvard School of Public Health는 “건강한 탄수화물 섭취는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추고,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저탄고지 실천 시에도 복합탄수화물을 적절히 포함시키는 것이 장 건강과 에너지 유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3. 단기간에 체중이 줄면 성공한 걸까?
저탄고지를 시작하면 며칠 만에 체중계 숫자가 확 줄어드는 것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급격한 변화는 다이어트를 성공했다고 믿게 만드는 가장 큰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 감량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저탄수화물 식단을 하면 우리 몸은 저장되어 있던 글리코겐을 빠르게 소모합니다. 글리코겐은 수분과 함께 저장되기 때문에, 글리코겐이 줄면 체내 수분도 함께 빠져나가게 됩니다. 따라서 초기 체중 감소는 대부분 ‘수분 손실’로 인한 것이며, 실제 체지방이 빠진 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는 “단기 체중 감량은 체내 수분 및 글리코겐 감소 때문이며, 장기적인 체지방 감소는 지속적인 칼로리 조절과 운동 병행이 필수적이다”라고 설명합니다. 또한 단기간 성과에 만족해 식단을 중단하거나 탄수화물을 다시 급격히 섭취할 경우 요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체중계 숫자보다 ‘지속 가능한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지방이 아닌 수분이 빠지는 체중 감량은 일시적인 착각일 수 있으며, 근육량이 줄어들 경우 기초대사량 감소로 인해 오히려 다이어트가 더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식단 변화는 단기 효과보다는 장기적인 습관 형성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저탄고지 식단은 올바르게 이해하고 실천할 경우, 체중 감량이나 혈당 조절 등의 특정 건강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맹목적으로 따르거나, 왜곡된 정보에 휘둘릴 경우 오히려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각종 연구 결과와 전문가 의견을 바탕으로, 자신에게 맞는 균형 잡힌 식단을 구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기적인 체중 감량보다는 지속 가능한 식생활 개선이야말로 진정한 건강을 위한 길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