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살까요? 세계적으로 ‘블루존(Blue Zones)’으로 불리는 5대 장수 지역에서는 평균 기대수명이 높고, 만성질환 발병률이 현저히 낮습니다. 그 핵심에는 바로 ‘식습관’이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오키나와(일본), 사르디니아(이탈리아), 니코야(코스타리카), 로마린다(미국), 이카리아(그리스)라는 다섯 곳의 식단을 분석하고, 이들이 공통적으로 실천하는 장수식단의 비결을 알아봅니다.
오키나와의 채식 중심 식단
일본 남부의 오키나와는 100세 이상 인구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입니다. 이들의 식단은 ‘채소, 콩, 고구마’ 위주로 구성되며, 하루 전체 칼로리 섭취량도 적은 편입니다. 특히 고구마는 오키나와 사람들의 주식으로,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세포 노화를 막는 데 탁월합니다. 또 미소된장국, 두부, 콩제품 섭취량이 많아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합니다. 생선은 주 2~3회 정도 소량 섭취하며, 육류 소비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오키나와 식단의 또 다른 특징은 ‘하라하치부(腹八分)’ 문화인데요, 배가 80% 찼을 때 수저를 놓는 습관은 과식으로 인한 염증과 인슐린 저항을 막아줍니다. (출처: Willcox BJ et al.,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Nutrition, 2007)
사르디니아의 지중해식 식단
이탈리아 사르디니아 지역은 전통적인 지중해 식단을 따르되, 특히 고산 지역 주민들이 장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통곡물 빵, 올리브유, 채소, 렌틸콩, 치즈(양유 치즈 중심), 포도주를 식단의 중심에 둡니다. 특히 단백질의 주요 공급원은 콩과 식물과 염소젖 유제품입니다. 붉은 고기 섭취는 한 달에 2~3회 정도로 매우 드뭅니다. 눈여겨볼 점은 하루 평균 걷기 8km 이상의 활동량과 함께 식단이 유지된다는 점입니다. 사르디니아 식단은 심혈관질환, 알츠하이머, 당뇨 예방에도 탁월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출처: Pes GM et al., European Journal of Clinical Nutrition, 2015)
니코야의 천연 식물성 식단
코스타리카의 니코야 반도는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의 비율이 매우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합니다. 이들은 옥수수와 콩을 주식으로 먹으며, 바나나, 파파야 같은 열대과일, 코코넛오일, 단순한 조리법을 선호합니다. 특히 ‘칼슘이 풍부한 경수(硬水)’ 섭취도 이 지역의 장수 요인 중 하나로 언급됩니다. 이 식단은 단순하지만 필수영양소가 풍부하며, 가공식품이나 설탕 섭취가 거의 없습니다. 현지 주민들의 식사는 가족과 함께하는 공동체 중심 식사 문화와도 연결되어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출처: Buettner D., The Blue Zones Solution, 2015 National Geographic Books)
로마린다의 채식 기반 신앙식
미국 캘리포니아의 로마린다는 독특하게도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신자들이 많은 도시로, 철저한 채식 위주의 식단과 종교적 규율이 건강 비결입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육류, 유제품, 설탕 섭취를 지양하고, 통곡물, 견과류, 콩, 야채, 과일 중심의 식단을 유지합니다. 하루 1~2회 단순한 식사를 하며, 금식과 같은 종교적 실천도 식습관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로마린다 식단은 심장병과 암 발생률을 낮추는 데 효과적이라는 대규모 코호트 연구(Adventist Health Study)로도 입증되었습니다. (출처: Fraser GE et al., Archives of Internal Medicine, 2001)
이카리아의 발효 중심 자연식
그리스의 이카리아 섬은 전통적인 지중해식 식단을 따르면서도 발효식품과 허브티, 그리고 계절 채소 섭취가 매우 활발합니다. 이들은 식물성 식품을 기본으로 하며, 요구르트, 페타치즈, 올리브, 꿀, 콩, 감자, 무화과 등을 즐겨 먹습니다. 특히 ‘로즈마리, 민트, 타임’ 같은 허브차를 자주 마시며, 이는 천연 항염 작용으로 스트레스 감소와 소화 개선에 효과적입니다. 이카리아 사람들은 커피를 마시더라도 설탕 없이 마시며, 오후에는 낮잠을 자는 전통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만성 염증을 낮추는 생활 습관으로 작용합니다. (출처: Chrysohoou C et al., Cardiology Research and Practice, 2011)
이들 5대 장수지역의 식단에는 공통점이 분명합니다. ① 식물 중심 식단, ② 소식 문화, ③ 발효 또는 천연식품 위주, ④ 가공식품 최소화, ⑤ 사회적 식사 문화. 우리가 이 식단을 모두 똑같이 따라할 수는 없지만, 작은 선택 하나가 건강을 바꾼다는 점에서 충분히 시도해볼 가치는 있습니다. 오늘 저녁 한 끼, 조금 더 단순하고 자연스럽게 먹어보는 건 어떨까요?